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
봄꽃만 축복이 아니다
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
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
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
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
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
생각해보니 축복이었다
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
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
길바닥에 팽개치고 어둔 굴 속에 가둔 것도
생각해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
한 시대가 다 참혹 하였거늘
거인 같은 바위 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
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
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 게
복 아니고 무엇이랴
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
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
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는가
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
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..
-도종환-
"계절의 여왕이라는 아름다운 달 5월이 아쉽게도 이 봄과 함께 덧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.
오늘아침 뒷산을 오르며 이전과는 다르게 등줄기 사이로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며
곧 다가올 6월과 함께 곧 여름이 시작되리라는 생각이 들어
떠나가는 봄날의 아쉬움과 무더운 여름에 대한 작은 두려움이 앞섰던 하루였어요.
여름은 참 싫고 견디기 힘든 계절임에도 생각해보면 여름이 있기에 가을이 반갑고
겨울이 있기에 봄이 아름다운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여름마저도 축복해 주려고
마음먹었습니다. 지난 겨울 시련을 겪고 지금은 더없이 평화로운 마음의 봄날을
보내고 있는 제가 지난해의 통증조차도 축복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듯이
삶이란 참 오묘하고도 놀라운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.
시인의 말처럼 우리 모두에게 문득문득 크고작은 고통과 시련이 찾아오겠지만
지혜롭게 잘 견디고 이겨낸다면 모두다 축복이 될 날들이 있을거라고 믿어요. :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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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Brillance Multi Shop
작성일 2011-09-2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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